
재일제주인의 문학적 기록 2
보금자리를
떠나다
金泰生 지음, 김대양 옮김, 125*188mm, 260면, 값 15,000원, 한그루
이 책은 재일제주인 작가 김태생이 잡지에 발표한 작품 중 ‘제주 4·3’과 ‘재일제주인 여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별하여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한국어로는 이번이 첫 소개이다.
지은이 김태생(金泰生, 1924~1986)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에서 태어나, 1930년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대표적인 작품은 『뼛조각(骨片)』(創樹社, 1977), 『나의 일본지도(私の日本地図)』(未來社, 1978), 『나의 인간지도(私の人間地図)』(靑弓社, 1985), 『나그네 전설(旅人伝説)』(記錄社, 1985) 등이 있다.
옮긴이 김대양(金大洋)
문학박사, 제주대학교 재일제주인센터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근대문학, 재일제주인의 문학과 생애사에 관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210g E-Class 앙상블 고백색(한솔제지), 80g 그린라이트(전주페이퍼), 120g 매직칼라 금발색(한솔제지)
무선제본(날개), 무광코팅
작품의 초출지(初出誌)
「후예(末裔)」: 1958년 『계림(鷄林)』 창간호, 1982년 『신일본문학(新日本文学)』 9월호
「보금자리를 떠나다(巣立ち)」: 1977년 『문예전망(文芸展望)』 봄호
「어느 여인의 일생(ある女の生涯)」: 1975년 『계간 삼천리(季刊三千里)』 3호
「이연실 씨(李蓮實さんのこと)」: 1979년 『계간 삼천리(季刊三千里)』 18호
「어느 재일조선인 어머니(ある在日朝鮮人のオモニ)」: 1979년 『미래(未來)』 8월호
「붉은 꽃(紅い花)」: 1983년 『스바루(すばる)』 11월호
역자의 말
재일제주인의
기억을 읽고 옮기다
기억은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될 수 없다. 기억을 옮기는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재일제주인의 기억을 기록하는 것은 그들의 삶을 읽고, 기억하고, 공유하는 일이다.
재일제주인 작가 김태생의 문학적 기록을 한국어로 옮기는 첫 번째 작업은 『뼛조각(骨片)』(2022, 보고사)이었다. 이 책은 두 번째 기억 옮김으로 ‘제주 4·3 그리고 재일제주인 여성’이라는 주제로 잡지에 발표된 작품들을 엮었다.
첫 번째 장은 「대항 기억과의 대면, 제주 4·3」이다. 김태생은 타향에서조차 침묵할 수밖에 없었고, 자식들에게까지 숨겨야만 했던 제주 4·3을 소년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이야기한다.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된 이들과 반드시 마주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끊임없이 흐르는 물줄기처럼 제주 4·3을 기억해 낸다. 김태생은 섬세한 작가다. 작품을 통해 전하는 그의 목소리는 작품을 접할 때마다 마치 고요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조용하고 섬세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먼 과거로 데려가 그 시대의 현실을 생생하게 마주하게 한다. 그의 글에는 그가 느껴온 트라우마와 압박감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것은 마치 침묵의 방에 들어간 기분마저 들게 한다.
두 번째 장은 「시국과 팔자에 갇힌, 제주 여성」이다. 지옥 같았던 섬을 도망치듯 떠나 타향에서 살아야만 했던 제주 여성들의 언어와 몸짓 그리고 침묵— 특히 타자화된 그녀들은 어떤 성격의 폭력에도 무방비하게 노출된다. 심장에 고통을 문지르는 글을 읽다가 문득 숨을 멈추게 된다. 제주 바다의 윤슬처럼 빛나던 제주 소녀, 만난 적도 없는 그러나 이미 어디선가 만난 것만 같은 그녀들을 떠올리게 된다. 글을 읽고 난 뒤, 다시 침묵 속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지만 같은 하늘을 마주한다.
작가 김태생은 일본으로의 이주를 ‘역사에 의한 강제 연행’이라고 말한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그의 작품을 통해 깊게 패인 주름처럼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재일제주인을 만나게 된다. 그의 작품은 자기 고백이자 사회적인 시선을 드러내는 기록이며 재일제주인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따라서 그의 문학은 재일제주인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억을 기록하고 상징하는 장으로 읽을 수 있다.
김태생은 소설과 기록의 경계에 대해 “내가 쓴 소설의 소재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어도 ‘사실’의 추출과 표현 과정에 있어서는 당연히 추상화가 된다. ‘소설’인가 ‘기록’인가라고 물으면 바로 답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내 나름의 소설 쓰는 방법과 기록을 겹쳐 나의 주제를 꺼내 보고 싶었다. 소설과 기록의 그물코의 정밀함과 조잡함은 차치하더라도 그렇게 걸러진 ‘사실’로부터 과연 내가 기대했던 ‘진실’을 다소나마 꺼내 놓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것을 ‘문학적 기록’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공간에서 가해자처럼 보이지만 희생자이고, 틀린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형태의 존재를 추구한다. 이들은 사회와 인간이 만든 폭력과 차별 그리고 귀향에 대한 갈망을 상징한다. 작품 속에서 그들은 고향과 타향을 오가며 자기 존재의 공허함을 마주하고 지금까지의 삶에 의문을 던진다. 그렇게 재일의 삶을 살아내는 동안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품는다. 그의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재일제주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역사의 폭력 앞에 순응하며 자신을 지켜온 이들의 삶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작품을 어떤 언어로 읽든 독자들을 과거의 현실 속으로 데려간다. 이 책이 그 걸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재일제주인의 역사적 기억과 흔적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오롯이 읽으며 그들과 마주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문학적 기록을 통해 재일제주인의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이 세상에 읽힐 즈음, 나는 또 다른 재일제주인과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기억을 읽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사라지기 전에, 기억이 완전히 죽기 전에, 나는 흔적을 찾아 역사의 기억 속에서만 숨 쉬던 이들을 다시 불러내는 일에서 한 치도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감히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와 잊힌 삶의 조각들을 끝까지 따라가 그들이 겪었던 시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올해는 작가 김태생이 타계한 지 벌써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생전에 한국어로 번역되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한국어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특히 이 책에 수록한 작품들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았고, 한국어 번역 역시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작품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을 누구보다도 기뻐했을 작가 김태생을 기리며,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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